간호법? 그게 뭐길래 그래?
5월 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이었는데 국제 간호사의 날은 코로나19 유행 때 방역 현장의 중심에서 활약한 간호사에게 온 국민이 박수를 보냈던 것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간호사의 수고를 기리는 날입니다.
이렇게 뜻깊은 날에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간호법을 만들어 달라며 거리 시위를 했는데 간호법 제정은 간호계의 오랜 숙원으로 지난 2005년 여야 국회의원이 모두 간호법을 발의했지만 폐기되었고 2019년에도 입법 시도가 좌초되었던 것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확히 정하고 근무 환경 등 처우를 개선하는 법입니다.
물론 지난 1951년 구성된 의료법이 있지만 간호사들은 요양·돌봄 등으로 확대된 이들의 업무 영역을 담아내기엔 너무 낡은 틀이라고 말하며 의료법은 전통적 근무처인 의료기관뿐 아니라 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장애인시설 등으로 넓어진 스펙트럼을 담아내기엔 부족하고 또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간호사의 역할과 권한을 하나의 법으로 다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와 가장 오랜 시간을 붙어 있는 간호사들이 맡는 '1인당 환자 수'의 법제화 등 처우 개선 요구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간호사 1명이 맡는 환자가 너무 많고 그에 맞는 보수도 적어서 처우를 개선하려면 간호법이 필요합니다.
뿐만아니라 간호사도 전문 지식과 자격을 갖춘 의료인인데 법이 간호사를 '의사를 보조하는 사람'이라고 정해둔 건 문제가 있다고 보이기에 간호법을 제정함으로써 간호사의 처우개선과 업무 범위를 명시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의료법에는 간호사가 ‘환자의 요구에 따른 간호’,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업무를 한다고만 정해두었습니다.
문제는 뭐야?
간호법은 그동안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코로나19를 거치며 불이 확 붙었어서 지난 9일, 간호법이 국회에서 첫 문턱을 넘었습니다.
앞서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민주당 김민석·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2건,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조산법 1건 등 총 3건이 통과되면서 법안 제정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남아있는 상임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두 단계에서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를 명시한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 내부의 진통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사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는 반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법안'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의협의 입장을 보자면 지난달 27일 긴급 성명을 통해 "의료법이 정한 의료인의 면허범위와 역할에 충실하도록 부실한 법을 재정비하고, 각 직역의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이 간호단독법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법으로 제정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협은 간호법으로 인해 간호조무사의 업무와 교육받을 권리가 배제될 뿐 아니라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의 일자리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보며 특히 법안 원안에 담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표현을 강하게 문제 삼았습니다. 왜냐하면 해석하기에 따라, 의사를 포함한 다른 의료인의 업무영역도 침범할 수 있다고 게 의협의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협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심야 날치기 통과'로 범의료계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이번 주말 총궐기를 선언한 상태이며 광고와 집회 등을 활용한 각 단체의 여론전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에서 가장 긴밀히 협업할 수밖에 없는 양측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건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국회에서 간호법이 만들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충돌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의 뜻을 밝힌 바 있어 올 1월 간협과 가진 간담회에서 "코로나의 긴 터널 속에서 간호사에게 사명만 요구하면서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선 안 된다"며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간호법은 여야 3당이 모두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 위원들과 함께 공정과 상식에 비춰 합당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게 힘쓰겠다"고 약속했기에 간협은 윤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논평을 통해 "간호사 확보 없이는 초고령사회 도래와 주기적으로 닥쳐오는 감염병 등의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며 "약속했던 간호법을 조속히 제정해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켜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보건당국도 또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복지부는 지난 2월 '간호사 처우개선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한 간호법을 제정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정부는 간호인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렇기에 의협은 오는 15일에는 간호법 제정 저리를 위한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겠다고도 예고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 2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으로 의협은 "국회는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료계의 진실한 목소리를 외면했다.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막아서기 위한 의사들의 조직력과 연대의식, 투쟁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고 간호법 폐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사 단체들은 똘똘 뭉쳐서 이 법이 따로 만들어지는 걸 파업을 해서라도 막겠다고 하는 입장이고 이에 맞서 간호사 단체도 법을 만드는 과정이 더 늦어지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라 지켜보는 국민으로서 간호법 제정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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